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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돈의 진실 시리즈 #1: 돈의 심리학

by 그래도동 2025.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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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관한 문제의 90%는 수학이 아니라 심리학이다." - 모건 하우절

같은 사람이 복권을 사면서 보험은 들지 않는다.

카드로 쓸 때는 아무렇지 않던 돈이 현금으로 낼 때는 아깝게 느껴진다.

월급을 받으면 '열심히 일한 돈'이라고 아끼지만, 용돈을 받으면 '그냥 생긴 돈'이라고 쉽게 쓴다.

이런 모습들은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합리적 경제인이 아니라 감정과 심리에 좌우되는 존재다.

돈을 제대로 다루려면 먼저 돈에 대한 우리의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

 

1. 확률 인식의 법칙: 희박한 확률은 과대평가하고, 높은 확률은 과소평가한다

복권과 보험의 역설

한국인이 1년간 사는 복권의 총액은 약 4조원이다.

하지만 같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보험료가 아깝다"며 보험 가입을 꺼린다.

이상하지 않은가?

 

복권:

  • 당첨 확률: 1등 당첨 확률 800만분의 1
  • 기댓값: 1,000원 복권의 기댓값 약 500원 (50% 손실)
  • 그런데도 "혹시나" 하며 산다

보험:

  • 사고 확률: 화재 발생률 0.02%, 자동차 사고율 2-3%
  • 기댓값: 보험회사 수수료를 제외하면 거의 마이너스
  • 그런데도 "확률이 낮다"며 안 든다

 

둘 다 확률적으로는 손해다.

하지만 사람들은 복권은 사고 보험은 안 든다.

왜 이런 모순이 생길까?

 

희박한 확률의 과대평가: 뇌는 매우 낮은 확률(로또 당첨)을 실제보다 높게 인식한다. "누군가는 당첨되겠지", "내가 될 수도 있어"라고 생각한다. 미디어의 당첨자 인터뷰도 이런 착각을 부추긴다.

높은 확률의 과소평가: 반대로 상당히 높은 확률(사고, 질병)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쁜 일에 대해서는 이런 낙관적 편향이 더 강하다.

 

실제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대박주'에는 관심이 많지만 '안전한 투자'는 시시하다고 여긴다.

0.1% 확률의 10배 수익에는 흥미를 보이지만, 80% 확률의 1.2배 수익은 무시한다.

 

과학적 근거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전망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확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확률 가중 함수(Probability Weighting Function):

  • 매우 낮은 확률(0-10%): 과대평가
  • 중간 확률(20-80%): 적절히 평가
  • 높은 확률(90-99%): 과소평가

뇌과학적으로는 '가용성 휴리스틱'과 관련이 있다.

뇌는 쉽게 떠오르는 사례(복권 당첨자 뉴스)를 더 자주 일어난다고 착각한다.

반면 일상적인 위험(사고, 질병)은 익숙해서 위험도를 낮게 인식한다.

 

실행 팁

확률을 구체적 숫자로 변환하기

  • "800만분의 1" → "매일 복권을 사도 2만년에 한 번"
  • "화재 확률 0.02%" → "5000가구 중 1가구"
  • 추상적 확률을 구체적 상황으로 바꿔서 생각하기

기댓값 계산하기

  • 확률 × 결과 = 기댓값
  • 복권: 0.000012% × 10억원 = 1,200원 (구입비 1,000원보다 높지만 실제로는...)
  • 실제 기댓값은 훨씬 낮음 (세금, 수수료 제외)

빈도 형식으로 생각하기

  • "확률 1%"보다 "100명 중 1명"이 더 직관적
  • "만명 중 한 명" vs "0.01%"
  • 빈도로 표현하면 위험도를 더 정확히 인식

 

2. 심리적 회계의 법칙: 돈에도 '색깔'이 있다

카지노에서 딴 돈은 '공짜 돈'?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된다.

도박에서 이긴 사람들이 그 돈으로 더 큰 도박을 한다.

처음에 100달러로 신중하게 시작했던 사람이, 200달러를 따고 나면 그 200달러로 대담한 베팅을 한다.

"어차피 카지노 돈이야", "공짜로 생긴 돈이니까" 이런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보면 이상하다.

200달러는 200달러다.

어떻게 생겼든 가치는 같다.

이런 현상을 멘탈 어카운팅(Mental Accounting)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돈의 출처나 용도에 따라 다른 '심리적 계좌'에 넣고 다르게 취급한다.

 

일상에서의 멘탈 어카운팅:

용돈 vs 월급

  • 월급: 열심히 일해서 번 돈, 아껴 써야 함
  • 용돈: 그냥 생긴 돈, 편하게 써도 됨
  • 실제로는 둘 다 내 돈

카드 vs 현금

  • 카드: 실제 돈이 나가는 느낌이 적음
  • 현금: 지갑에서 돈이 줄어드는 것이 보임
  • 연구 결과 카드로 쓸 때 12-18% 더 많이 씀

투자 계좌 분리

  • 생활비 계좌: 보수적으로 관리
  • 투자 계좌: "잃어도 되는 돈"이라 생각해서 무리한 투자
  • 실제로는 모두 내 자산

 

과학적 근거

시카고 대학의 리처드 탈러 교수가 제시한 멘탈 어카운팅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돈을 하나의 큰 주머니가 아니라 여러 개의 작은 주머니로 나누어 관리한다.

뇌과학적으로는 '프레이밍 효과'와 관련이 있다.

같은 정보라도 어떻게 제시되느냐에 따라 뇌의 다른 영역이 활성화된다.

"내가 번 돈"과 "공짜로 생긴 돈"은 뇌에서 다르게 처리된다.

 

실행 팁

돈의 '색깔' 제거하기

  • 모든 수입을 하나의 통장으로 일원화
  • "보너스", "용돈", "투자 수익" 모두 같은 내 돈으로 인식
  • 출처가 아니라 총 자산으로 사고하기

지출 결정의 일관성

  • "만약 이 돈이 월급이었다면 이렇게 쓸까?" 자문
  • 카드 결제 전에 현금으로 내는 기분 상상해보기
  • 투자 결정도 생활비와 같은 기준으로 신중하게

물리적 제약 만들기

  • 카드 대신 현금 사용하기 (일정 금액 이상)
  • 투자 계좌와 생활비 계좌 분리하되 같은 신중함으로 관리
  • "재미로 하는 투자"라는 표현 금지

 

3. 손실 회피의 법칙: 잃는 고통이 얻는 기쁨보다 2배 크다

똑같은 500만원, 다른 감정

A상황: 1000만원이 있었는데 500만원을 잃었다.

B상황: 0원이었는데 500만원을 얻었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500만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감정은 완전히 다르다.

A는 우울하고 B는 기쁘다.

같은 결과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인간은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이 있다.

무언가를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을 2-2.5배 더 크게 느낀다.

이는 인류가 생존을 위해 진화한 본능이다.

음식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생존에 더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투자에서의 손실 회피:

투자자 C씨는 삼성전자를 70만원에 샀는데 60만원으로 떨어졌다.

논리적으로는 "더 떨어질 것 같으면 팔고, 오를 것 같으면 홀딩"해야 한다.

하지만 C씨는 "본전은 찾고 팔아야지"라고 생각한다.

만약 삼성전자가 80만원이었다면? 70만원으로 떨어져도 "아직 이익이니까"라며 쉽게 팔 것이다.

같은 70만원인데 '손실'이냐 '이익'이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소비에서의 손실 회피:

  • 할인: "50% 할인"보다 "50만원 절약"이 더 매력적
  • 리베이트: "현금으로 돌려드림"보다 "추가 요금 없음"이 효과적
  • 무료 체험: 한 번 써보면 그만두기 어려움 (이미 가진 것을 잃는 느낌)

 

과학적 근거

fMRI 연구에 따르면, 손실을 당할 때 뇌의 편도체(공포와 불안 담당)가 활성화되고, 이익을 볼 때 활성화되는 보상 회로보다 훨씬 강한 신호를 보낸다.

진화심리학적으로는 '네거티비티 바이어스(Negativity Bias)'로 설명된다.

부정적 사건이 생존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 사건보다 크기 때문에, 뇌가 부정적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다.

 

실행 팁

준거점(Reference Point) 재설정하기

  • 투자 손실 시: "매입가격"이 아니라 "현재 가치"에서 판단
  • "이 주식을 지금 새로 산다면 살 것인가?" 자문
  •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 전망으로 결정하기

이익과 손실 프레이밍 바꾸기

  • "10만원 손실"보다 "90만원 보전"으로 생각
  • "월세 올렸다"보다 "할인 혜택 종료"로 인식
  • 부정적 프레이밍을 긍정적으로 재구성하기

소액 손실 수용하기

  •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작은 손실 인정하기
  • 스톱로스 설정하고 기계적으로 실행
  • "손실도 투자의 일부"라는 마인드셋

 

마무리: 돈의 심리학을 이해하는 힘

돈의 심리학 세 가지 법칙을 정리하면:

  1. 확률을 왜곡해서 인식한다 (희박한 것은 과대평가, 높은 것은 과소평가)
  2. 돈에 색깔을 입힌다 (출처와 용도에 따라 다르게 취급)
  3. 손실의 고통이 이익의 기쁨보다 크다 (2배 이상의 차이)

 

이런 심리적 편향들은 인간의 본성이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인식하고 있으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나도 이런 편향에 빠질 수 있다"는 겸손함이다.

돈은 숫자가 아니라 감정이다.

그 감정을 이해해야 돈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

당신의 돈에 대한 감정과 행동을 돌아보라.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결정 중에 감정에 휘둘린 것은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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